
지난 8월 4일, 스페이스X가 뉴욕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월 6일에는 9억 주가 넘는 내부자 물량의 거래 제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우주 발사체 회사로 출발한 스페이스X가 이제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과 xAI의 인공지능 사업까지 거느린 복합 기업으로 몸을 불리는 와중에, 시장은 이 회사의 첫 성적표와 대규모 물량 출회라는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지켜봐야 했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매출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고,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에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장 첫 성적표, 매출은 웃고 주가는 떨어졌다
스페이스X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이 7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수치로, 월가 예상치를 거의 10억 달러 가까이 뛰어넘는 성과였다.
순손실은 5억 4100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4억 6700만 달러나 개선된 결과다.
상장 이후 첫 실적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유독 컸고, 발표 전부터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스페이스X가 그동안 비상장 상태로 베일에 가려져 있던 만큼, 이번 공개는 회사의 실제 수익 구조를 처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매출 성장을 이끈 두 축은 명확했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이끄는 커넥티비티 부문과, xAI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아우르는 인공지능 부문이었다. 두 사업 모두 두 자릿수, 심지어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발사체 사업 중심이었던 과거의 스페이스X와는 완전히 다른 매출 구조를 보여주었다. 아래는 이번 분기 실적의 핵심 지표를 정리한 내용이다.
- 매출 78억 달러, 전년 대비 92% 증가 (월가 예상치보다 약 1조 원 이상 상회)
- 순손실 5억 4100만 달러, 전년 대비 4억 6700만 달러 개선
- 총 자본 지출(CapEx) 184억 달러, 이 중 158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입
- 2분기 실적은 나스닥 상장 이후 첫 공개 실적으로 상징성이 큼
그런데도 실적 발표 후 주가는 8%가량 하락했다. 매출과 손실 개선이라는 좋은 소식보다, 184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 지출 규모가 시장을 더 긴장시킨 탓이다. 이는 최근 아마존,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흐름과도 닮아 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인공지능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이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언제 이 투자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스타링크가 이끈 성장, 가입자 1200만 돌파
이번 실적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은 역시 스타링크였다. 커넥티비티 부문 매출은 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66% 늘었으며,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38억 3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가입자 수는 1200만 명을 넘어서며 1년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났다. 위성 인터넷이라는 사업 모델이 이제 실험 단계를 지나 명실상부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입자 증가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오지·해상·항공 등 기존 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으로 서비스가 계속 확장되고 있고, 스마트폰이 위성에 직접 연결되는 다이렉트 투 셀 기능도 점차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에 각국 정부와의 통신 인프라 계약, 재난 대응용 긴급 통신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매출 기반이 한층 다변화됐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나 원웹 같은 경쟁자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미 수천 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스페이스X의 선점 효과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더 중요한 대목은 스타링크가 스페이스X 전체 전략에서 하는 역할이다. 발사체 사업은 여전히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는 영역이고, 최근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까지 더해지며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다. 스타링크가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스타십 개발이나 화성 탐사 같은 장기 프로젝트,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불어난 AI 투자까지 감당할 수 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스타링크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AI에 158억 달러 쏟아부은 이유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길을 끈 숫자는 인공지능 관련 지출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분기 총 184억 달러의 자본 지출 가운데 158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의 77억 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늘어난 규모다.
회사 최고재무책임자는 이 같은 지출 확대가 xAI의 grok 모델과 X 플랫폼,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발사체 회사가 어느새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투자가 단순한 사내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AI 부문 매출은 25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7% 늘었는데, 여기에는 앤트로픽과 구글 등 경쟁 관계에 있는 AI 기업들과 맺은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이 상당한 몫을 차지했다.
즉 스페이스X, 정확히는 xAI 생태계가 자체 AI 모델 경쟁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 컴퓨팅 자원을 판매하는 인프라 사업자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경쟁사이면서 동시에 고객이 되는 구도가 AI 업계 전반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매출은 92% 늘었는데 주가는 떨어졌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성장의 크기가 아니라, 그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쓴 184억 달러라는 청구서였다.
다만 이 사업이 아직 이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다. AI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영업 기준으로 12억 6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매출 성장률은 가파르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지출이 늘고 있는 구조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언제 손익 분기점을 넘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다른 빅테크들의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된 우려이며,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산업 전반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목요일부터 풀리는 9억 1150만 주,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
실적 발표만큼이나 시장이 주목한 또 다른 이벤트는 8월 6일부터 시작되는 락업(보호예수) 해제였다.
기업이 상장할 때는 내부자와 초기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한이 풀리는 시점을 락업 해제라고 부른다. 스페이스X는 이 시점을 첫 분기 실적 발표 이틀 뒤로 못박아두었고, 그 결과 실적 발표와 대규모 물량 출회 가능성이 거의 동시에 시장을 흔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풀리는 물량의 규모는 작지 않다. 약 9억 1150만 주, 시가로는 최대 1160억 달러에 이르는 주식이 8월 6일부터 거래 가능해진다. 다만 스페이스X는 이를 한꺼번에 풀지 않고 단계적으로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6일에는 해당 물량의 20%가량이 먼저 풀리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최대 4억 5580만 주가 추가로 풀릴 수 있는 구조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핵심 내부자 그룹의 보유 물량은 2027년 중반까지 계속 묶여 있어, 창업자 지분이 즉시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8월 6일: 유통 가능 물량의 약 20%인 9억 1150만 주 잠금 해제 개시
- 조건 충족 시 최대 4억 5580만 주 추가 해제 가능
- 일론 머스크 등 핵심 내부자 보유 물량은 2027년 중반까지 잠금 유지
- 해제 이후 유통 주식 수는 기존 약 6억 3900만 주에서 최대 15억 5000만 주까지 확대 가능
과거 페이스북이나 리비안 같은 기업들의 락업 해제 사례를 보면, 대량의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우려만으로도 단기 주가 하락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락업이 풀린다고 모든 내부자가 곧바로 주식을 파는 것은 아니며, 실제 매도 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통 주식 수가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이번 락업 해제는 단순한 일정상의 이벤트를 넘어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한 주 스페이스X를 둘러싼 두 사건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주 발사체 회사에서 위성 인터넷과 인공지능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복합 기업으로 변신한 스페이스X를, 시장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매출 성장은 확인됐지만 AI 투자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엄격하고, 여기에 대규모 물량 출회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가장 중요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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