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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봇 규제 속 유니트리 상장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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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8월 10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창반(스타마켓) 공모 청약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말 중국산 로봇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상장 일정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세계 최초로 흑자를 내는 인간형 로봇 제조사가 공개시장에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선에 로봇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은 여러 층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로봇 산업 전반이 아직 적자와 기대감으로 버티는 국면에서,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낸 기업이 처음으로 시장의 가격표를 받게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유니트리, 로봇 업계 첫 상장에 나서다

유니트리는 원래 4족 보행 로봇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다. 창업자 왕싱싱은 대학 시절 개발한 로봇 개를 상업화하며 회사를 키웠고, 이후 인간형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25년 한 해 동안 유니트리는 5500대 이상의 인간형 로봇을 출하했는데, 이는 전 세계 어떤 경쟁사보다도 많은 물량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억 9900만 위안(약 3300억 원)을 기록했고, 핵심 사업의 매출 대비 매출총이익률은 60.13%에 달했다. 로봇 스타트업 대부분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상황과 비교하면, 유니트리의 수익성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상장에서 유니트리는 신주 4046만 4000주를 발행해 상장 후 총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목표 공모액은 약 42억 위안(약 6억 1800만 달러)이며,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62억 달러 수준이다.
다만 실제 거래가 시작되면 시장이 매기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상장 이후 몸값이 100억 위안, 환산하면 약 148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공모 자금은 로봇용 AI 모델 연구, 신제품 개발,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상장 이후 왕싱싱은 지분 31.29%를 보유하면서도 의결권은 65.31%를 행사하게 된다.
차등 의결권 구조를 통해 창업자가 경영권을 확고히 유지하는 셈인데, 이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상장 이후에도 초기 창업자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 자주 택하는 방식이다. 북 빌딩은 8월 5일 시작됐고, 일반 청약은 8월 10일 진행된다.
실제 거래 개시는 8월 19일 전후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유니트리가 이미 로봇개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공모 자금 상당 부분을 휴머노이드용 자체 AI 모델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로봇 소프트웨어·AI 플랫폼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40%대로 둔화했다는 점은, 고성장이 계속될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다.

미국의 로봇 수입 규제, 그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7월 28일 외국산 첨단 로봇 기기를 이른바 '커버드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목록은 국가안보 우려가 있는 통신·기술 장비를 지정해 신규 승인을 제한하는 제도인데, 이번에 인간형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같은 이동형 로봇까지 포함 범위가 확대됐다. 규제 대상에 오른 신규 모델은 국방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지 않으면 미국 내 판매를 위한 기기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미 인증을 받아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모델은 계속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소급적용이 아닌 향후 신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에 가깝다.

규제의 표면적 근거는 보안이다. FCC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프린스턴대, 카네기멜런대 등에 이미 배치된 유니트리 로봇에서 확인된 백도어를 근거로 들었다. 로봇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신 경로가 있다면, 이를 통해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로봇이 외부에서 조작될 위험이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더해 유니트리는 앞서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중국 군과 연계된 기업' 목록에도 이름이 오른 바 있다. 군민융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국방 관련 연구에 관여했다는 지적이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로봇을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AI 모델에 이어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되는 신호로 해석한다.

유니트리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 회사 매출의 최대 19.54%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 모델의 인증이 막히면 당장 매출에 타격을 주지는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미국 시장에 맞춰 확장하는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유니트리는 규제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내고 "미국의 제한 조치가 글로벌 확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럼에도 회사가 규제 발표 이틀 만에 상장 일정을 못박은 것은, 오히려 자금을 조달해 기술 자립과 시장 다변화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유니트리는 지난달 유럽 시장에 인간형 로봇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발표가 나온 지 며칠 만에 미 국방부가 해당 기업을 중국군 연계 기업으로 지목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이 문을 좁히는 사이 유니트리가 유럽과 아시아로 판로를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맞대응 구도는 로봇 산업에서도 반도체 산업과 비슷한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규어AI와의 비교, 로봇 산업의 첫 가격표

이번 상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형 로봇 산업 전체의 '가격 기준점'이 처음으로 생긴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지난해 9월 비상장 시장에서 39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공개된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 몸값을 평가받았다. 반면 유니트리는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내면서도 상장 시가총액 목표는 62억 달러 수준에서 출발한다. 두 기업의 간극은 그동안 로봇 산업이 얼마나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매겨져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유니트리: 2025년 매출 16.99억 위안, 매출총이익률 60.13%, 상장 목표가 기준 기업가치 62억 달러
  • 피규어AI: 공개 매출 미미, 2025년 9월 비상장 평가 기업가치 390억 달러
  • 유니트리 상장 이후 예상 몸값: 최대 148억 달러 수준(증권가 전망)

이 때문에 유니트리의 실제 거래 시작가는 로봇 업계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만약 시장이 유니트리에 기대치를 웃도는 가격을 매긴다면, 이는 아직 상장 전인 다른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몸값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시장이 신중한 가격을 매긴다면, 그동안 비상장 시장에서 형성된 로봇 스타트업들의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크레인쉐어스의 스타마켓 ETF(KSTR)와 휴머노이드 로봇 ETF(KOID) 등 관련 상품에 이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로봇 산업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유비테크, 샤오펑 로보틱스 등 여러 기업이 인간형 로봇 상용화에 뛰어들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로봇 산업을 반도체·AI에 이어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유니트리의 이번 상장은 개별 기업의 자금 조달을 넘어, 중국이 로봇 분야에서도 자본시장을 통한 기술 자립을 시도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쪽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비롯한 자국 기업들이 아직 대량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이번 상장이 미국 로봇 업계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봇 산업이 향해 가는 방향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유니트리 주가가 얼마나 오를까'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 로봇 산업에서도 반도체·AI 모델처럼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공급망과 표준을 구축하는 블록화가 본격화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미 통신 장비, 반도체 장비에서 벌어졌던 디커플링 흐름이 이제 물리적 로봇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둘째, 실제 매출과 수익을 내는 로봇 기업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따라, 그동안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던 로봇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 거품 논쟁에도 답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유니트리에게도 안심할 수 없는 신호가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0%대로, 이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 규제가 본격화하면 성장 둔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와 기술 추격에 나서고 있어, 로봇개 시장에서 누렸던 압도적 점유율을 인간형 로봇에서도 그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이후에도 실적 발표마다 성장세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결국 이번 상장은 로봇 산업이 '기술 시연'의 단계를 지나 '사업'으로 검증받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은 화려한 시연 영상과 장기적 비전으로 투자를 끌어왔지만, 실제 공장과 가정에 보급되어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온 기업은 드물었다. 유니트리의 상장 결과는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 로봇 산업 투자 열풍이 실적 기반으로 옮겨갈지, 아니면 여전히 서사와 기대감에 의존할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이정표가 될 것이다.


미국의 로봇 수입 규제와 중국 기업의 상장 강행이라는 두 흐름이 겹치면서, 로봇 산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지정학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반도체와 AI 모델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이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즉 로봇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니트리 상장은 단순한 기업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8월 19일 전후로 예상되는 실제 거래 개시가는 그래서 로봇 산업 전체의 온도를 재는 첫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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