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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 마크 없이 맞은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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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오후 6시, NCT 127의 정규 7집 'BLINGY'가 국내외 음원 플랫폼에 동시 공개됐다.
발매일 자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든 건 이 앨범이 놓인 자리다. 2016년 7월 데뷔한 팀이 정확히 10년째를 맞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팀의 중심축이던 멤버 한 명이 빠진 뒤 처음 완성한 정규 앨범이기도 하다.
축하와 재정비가 같은 날 겹쳐 있는 컴백이라,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단순한 환호로만 흐르지 않았다.

10년 차에 도착한 정규 7집, 그리고 8월 24일

NCT 127은 2016년 7월 SM엔터테인먼트의 NCT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서울 기반 유닛으로 출발했다.
팀 이름의 '127'은 서울을 지나는 동경 127도를 뜻한다. 무대와 활동의 거점을 이름에 박아 넣은 셈이다.
데뷔 당시 NCT는 '멤버 수와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개방형 그룹'이라는 당시로선 낯선 설계를 들고 나왔고, 127은 그 설계가 실제로 굴러갈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는 팀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실험은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남겼지만, 적어도 127이 정규 7집까지 도달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결과물이다.

이번 'BLINGY'는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9곡으로 구성됐다. 동명의 타이틀곡 'Blingy'는 힙합을 기반에 두고 디스토션이 강하게 걸린 신스 사운드, 두껍게 밀어붙이는 드럼 비트, 떼창을 유도하는 챈팅 후렴을 얹었다.
최근 해외 힙합 씬에서 유행한 레이지(rage) 계열의 거칠고 과포화된 질감과 덥스텝의 리듬 구조를 팀 특유의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데뷔 초부터 'Cherry Bomb', '영웅', '질주'처럼 공격적이고 각이 살아 있는 사운드를 자기 색으로 삼아온 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10주년 타이틀곡으로 굳이 부드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선택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같은 날 열린 발매 기자회견에서는 앨범 제목의 의미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블링(bling)'이라는 단어가 흔히 겉으로 반짝이는 장식이나 화려함을 가리키는데, 멤버들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제목을 읽어냈다. 재현은 'Blingy'한 것이 결국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 안에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진짜 반짝이는 건 우리 안에 있다는 뜻을 담았다.

10년이라는 숫자를 앞에 두고 팀이 꺼낸 메시지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그룹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가'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K팝에서 10년 차는 축하받는 연차이면서 동시에 팀이 해체·재편·군 입대라는 세 갈래 압력을 한꺼번에 받는 구간이다.
이 앨범은 그 압력을 숨기지 않고 안고 나온 결과물에 가깝다. 그래서 'BLINGY'는 기념 앨범이라기보다, 10년을 지난 팀이 다음 10년의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마크가 빠진 자리, 그리고 7명의 재계약

이번 컴백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는 멤버 구성이다. 마크는 지난 4월 소속사와의 상호 합의를 거쳐 NCT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그 결과 'BLINGY'는 마크가 참여하지 않은 첫 정규 앨범이 됐다. 마크는 NCT 127 안에서 랩 라인의 중심이자 여러 곡의 작사에 이름을 올렸고, NCT DREAM과 NCT U를 오가며 프로젝트 전체를 잇는 연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런 위치의 멤버가 빠졌다는 건 파트 재분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소리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다만 팀이 흔들리는 방향으로만 간 건 아니다. 남은 일곱 명, 쟈니·태용·유타·도영·재현·정우·해찬은 7월 15일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연장했다. 데뷔 10년을 앞두고 이탈 없이 단체 재계약을 마쳤다는 건 K팝에서 결코 흔한 결말이 아니다.
7년 차 재계약 시점을 기점으로 사실상 활동이 멈추거나 멤버가 흩어지는 팀이 매년 나오는 상황에서, 127은 그 문턱을 한 번 더 넘었다. 앨범 발매가 재계약 약 한 달 뒤로 잡힌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병역 문제가 겹쳤다. 도영과 정우는 현재 병역을 이행 중이어서 이번 앨범 활동에 함께하지 못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 재계약 완료 — 쟈니, 태용, 유타, 도영, 재현, 정우, 해찬 등 7명(7월 15일)
  • 공개 프로모션 참여 — 쟈니, 태용, 유타, 재현, 해찬 등 5명
  • 불참 — 도영, 정우(병역 이행 중), 마크(4월 팀 이탈)

즉 이번 활동은 사실상 5인 체제다. 아홉 명이 무대를 채우던 시기의 안무 동선과 파트 분배를 다섯 명이 그대로 소화할 수는 없으니, 무대 구성부터 방송 스케줄까지 전면 재설계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은 팀에겐 부담이지만, 관객 입장에선 오히려 개별 멤버의 기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인원이 줄면 한 사람이 감당하는 화면 비중과 보컬 지분이 커지고, 그동안 다인원 구성에 묻혀 있던 목소리가 앞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Piñata'와 'Nice 127', 컴백을 설계한 방식

SM은 이번 앨범 프로모션을 발매 약 한 달 전부터 단계적으로 풀었다. 7월 말 공개된 스케줄 포스터에는 'CALL 127'이라는 문구가 붙었고, 이후 팀의 새 시즌 콘셉트로 'Nice 127'이 제시됐다. 앨범 한 장을 던지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10주년이라는 시기 전체를 하나의 시즌으로 묶어 운영하겠다는 신호다. 콘셉트에 이름을 붙이면 앨범, 투어, 콘텐츠, 굿즈가 같은 우산 아래 정리되기 때문에 팬 입장에서도 흐름을 따라가기 쉬워진다.

선공개 성격의 콘텐츠로는 수록곡 'Piñata'의 트랙 비디오가 8월 중순 공개됐다.
'Piñata'는 록과 힙합을 붙인 곡으로, 날 선 일렉트릭 기타와 펑키한 베이스 라인 위에 브레이크비트 드럼을 얹었다.
타이틀곡이 레이지·덥스텝 쪽 질감이라면 이 곡은 밴드 사운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앨범 안에서 서로 다른 축을 만든다.
9곡짜리 앨범에서 두 축이 확실히 갈리면 러닝타임이 지루해지지 않는다.

트랙 비디오라는 형식 자체도 최근 K팝 프로모션에서 비중이 커진 장치다.
뮤직비디오만큼 제작비가 들지 않으면서도 곡을 온전히 들려줄 수 있고, 발매 전 팬들이 '앨범 전체를 기다릴 이유'를 만들어준다.
타이틀곡 하나로 승부하던 구조에서 앨범 전체 소비로 무게가 옮겨간 스트리밍 환경에 맞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요즘은 발매 직후 차트에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 여러 개가 함께 올라오는 경우가 흔하다.

사운드 방향에서도 한 가지 짚어둘 만한 대목이 있다. 최근 몇 년간 K팝 남성 그룹의 타이틀곡은 크게 두 갈래로 갈렸다.
하나는 대중적 접근성을 높인 미디엄 템포와 밝은 훅 중심의 노선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한 힙합·베이스 음악 계열로 팀 색을 지키는 노선이다. 127은 이번에도 후자를 택했다. 10주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난한 곡을 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데뷔 초부터 붙어 있던 '강한 팀'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꺼낸 것이다. 멤버 구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팀의 색이 흐려지는 걸 막으려면 이 선택이 합리적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이번 컴백의 설계는 비교적 명확하다. 10주년이라는 서사를 시즌 콘셉트로 씌우고, 타이틀곡으로는 팀의 가장 강한 색을 다시 확인하고, 수록곡으로는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뒤, 그 에너지를 투어로 넘긴다.
멤버 구성이 흔들린 시기에 오히려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대응한 셈이다.
앨범 한 장의 성적보다 시즌 전체의 체력을 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다섯 번째 월드투어 'NEO CITY - THE REDLINE'

앨범 다음 순서는 공연이다. NCT 127은 통산 다섯 번째 월드투어 'NEO CITY - THE REDLINE'을 준비하고 있다.
투어는 서울에서 시작해 아시아 주요 도시로 이어진다. 발표된 도시는 다음과 같다.

  • 서울 — 투어 출발지
  • 자카르타·방콕·싱가포르 — 동남아시아 구간
  • 홍콩·타이베이 — 중화권 구간

'NEO CITY'는 2018년 첫 단독 투어부터 이어져 온 NCT 127의 공연 브랜드다.
회차마다 부제를 바꿔가며 시리즈를 유지해 왔고, 이번엔 'THE REDLINE'이 붙었다.
팀의 상징색이자 정규 1집 시절부터 자주 쓰인 붉은 계열 이미지와 '경계선'이라는 단어를 겹쳐 놓은 부제로 읽힌다.
10년이라는 선을 넘어간다는 의미로도, 팀이 스스로 정한 한계선을 시험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비중이 높은 구성은 최근 K팝 투어의 현실적인 흐름과도 맞물린다.
자카르타·방콕·싱가포르는 관객 규모와 티켓 수요가 꾸준히 확인된 시장이고, 이동 거리와 공연장 확보 측면에서도 아시아 구간을 먼저 도는 편이 효율적이다. 북미·유럽 일정은 통상 아시아 구간이 돌아가는 동안 추가로 붙는 경우가 많아, 이후 발표를 기다려볼 여지도 남아 있다.

공연 브랜드를 10년 가까이 유지해 온 팀이라는 점도 이번 투어의 무게를 더한다.
아이돌 그룹이 단독 투어 이름을 시리즈로 이어가려면 매 회차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객석을 채워야 하고, 세트리스트로 쓸 수 있는 히트곡 재고도 충분해야 한다. 정규 앨범 일곱 장과 여러 장의 미니 앨범을 쌓아온 127은 그 재고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팬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어서, 익숙한 곡의 배치와 신곡의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이번 투어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이다.

결국 이번 투어의 관전 포인트는 다섯 명이 아레나급 무대를 어떻게 채우느냐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세트리스트 재편, 솔로·유닛 무대 배치, 영상과 밴드 편성 활용 같은 변수가 커진다.
동시에 이 투어는 병역을 마친 멤버들이 돌아올 때까지 팀을 지탱하는 다리 역할도 해야 한다.
10주년을 축하하는 무대이면서, 다음 완전체까지 이어지는 중간 구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한 셈이다.
'BLINGY'가 남긴 성적표보다 이 투어에서 나올 반응이 팀의 다음 방향을 더 정확히 알려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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