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에 데뷔한 그룹 더보이즈가 아홉 명 체제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반년 넘게 이어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이 일단 하나의 매듭을 지은 결과다. 팬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면서 동시에 복잡한 감정이 섞인 발표이기도 하다.
함께 무대에 섰던 멤버 한 명이 이번 계약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지난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분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8월 6일, 아홉 명이 함께 서명한 계약
2026년 8월 6일, 더보이즈 멤버 아홉 명이 단체 활동을 위한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졌다.
계약에 이름을 올린 멤버는 상연, 제이콥, 영훈, 현재, 주연, 케빈, 큐, 선우, 에릭이다. 이들은 새로 만들어진 레이블 체제에서 앞으로의 그룹 활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컴백 일정이나 활동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기존 소속사인 원헌드레드레이블에 남아 있는 멤버 뉴는 이번 단체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고, 그 결과 팀은 아홉 명 체제로 재편됐다.
소속사 문제로 활동이 멈춰 있던 시간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사실상 "팀은 계속된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계약의 구조 그 자체다. 아홉 명은 그룹 활동만을 위한 단체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고, 개인 활동은 각자가 선택한 소속사에서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 회사가 멤버 전원의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통째로 관리하는 기존 케이팝의 표준 계약 구조와는 결이 다른 방식이다. 드라마나 예능, 솔로 음악 같은 개별 스케줄은 각자의 회사가 챙기고, 앨범과 콘서트처럼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일은 공동 레이블이 담당하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멤버 개개인의 커리어 선택지를 넓히면서도 팀의 연속성은 지키겠다는, 나름의 절충안인 셈이다.
멤버들이 밝힌 입장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이들은 아홉 명이 함께 가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이 길어지고 법적 다툼까지 겹치는 동안에도, 팀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는 이야기다.
"9명이 함께 활동하겠다는 마음에는 처음부터 변함이 없었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 단체 계약과 개인 계약의 분리 — 그룹 활동은 공동 레이블, 개인 활동은 각자 소속사
- 아홉 명 체제 확정 — 뉴는 기존 소속사에 잔류하며 팀 활동에서 제외
- 활동 재개 준비 단계 — 신생 레이블에서 준비 중, 세부 일정은 추후 공개
발표 직후 팬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안도와 아쉬움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데뷔 이후 9년 가까이 이어온 팀이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반기 내내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사 분쟁이 길어지면 활동 공백이 그대로 커리어 손실로 이어지고, 그 사이 멤버들의 군 복무나 개인 일정까지 겹치면 완전체 복귀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를 팬들은 여러 차례 지켜봐 왔다.
그런 맥락에서 "일단 아홉 명은 함께 간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무게가 있었다.
정산금에서 시작된 균열, 2월에서 4월까지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202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더보이즈는 2024년 12월 원헌드레드레이블과 손을 잡으며 새 둥지를 텄다.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도약하겠다는 그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분쟁의 출발점이 됐다.
멤버들 측 주장에 따르면 2025년 3분기부터 정산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기 시작했다.
아티스트에게 정산은 단순한 급여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재무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다음 앨범을 만들 여력이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멤버들 측은 협력 업체와 스태프에게 지급하지 못한 금액이 수십억 원 규모로 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앨범 제작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활동 지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케이팝 앨범 한 장이 나오려면 작곡가와 편곡자, 안무팀, 뮤직비디오 제작사,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앨범 디자인과 유통까지 수십 개의 협력사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이 정산 고리 중 하나만 끊겨도 다음 프로젝트는 그대로 멈춘다. 멤버들이 회사와의 신뢰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 있었다.
공식적인 행동이 시작된 것은 2026년 2월 10일이다. 이날 뉴를 제외한 아홉 명은 미정산과 신뢰 관계 파탄 등을 이유로 원헌드레드레이블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한 달여 뒤인 3월 19일이었다.
내부적으로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
회사 측은 멤버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맞섰고, 사안은 곧바로 법정으로 넘어갔다.
결정적인 분기점은 2026년 4월 23일 이었다. 멤버들이 원헌드레드레이블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가처분 인용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춰 세우는 조치다.
쉽게 말해 멤버들이 다른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일단 열린 것이다. 다만 회사 측은 이것이 최종 승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본안 소송은 그대로 남았다. 이번 8월 6일 단체 계약 발표가 "분쟁 종결"이 아니라 "활동 재개"에 방점이 찍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처분 인용은 활동의 문을 열어준 조치일 뿐, 다툼 자체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홀로 남은 뉴, 엇갈린 기억들
이번 사안이 유독 오래 회자된 데에는 멤버 뉴의 존재가 있다. 아홉 명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뉴만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이후 그는 원헌드레드레이블에 남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왜 혼자만 다른 선택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뉴 본인의 답변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단순히 회사를 택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상황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5월 2일, 뉴는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 소송과 관련한 공식 문서나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공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충분히 대화한 뒤 회사에 남겠다고 결정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이 소송을 하자고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고, 내용증명이 오고 나서야 상황을 알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팀 내부의 의사소통이 어느 시점부터 끊겨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입장문은 팬덤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팬덤 더비 일부는 같은 날 뉴의 즉각적인 팀 탈퇴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월 8일에는 탈퇴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위한 모금이 시작됐고, 모금은 시작 16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채웠다. 케이팝 팬덤에서 트럭 시위는 이제 낯선 방식이 아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팬들이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 팀의 중요한 시기에 행보가 엇갈린 것에 대한 당혹감, 그리고 무대에서 자주 이탈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누적된 피로가 함께 터져 나온 결과였다.
물론 팬덤의 반응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버리고 택하는 결정이 아니었다는 말이 진심처럼 들린다는 의견, 혼자만 상황을 몰랐다면 본인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어느 쪽이 사실에 더 가까운지는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회사와 아티스트의 분쟁이 길어질수록 그 안의 개인들 사이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균열이 생긴다는 점이다. 8월 6일 아홉 명 단체 계약이 발표되면서, 이 엇갈림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형태로 굳어졌다.
신생 레이블이라는 선택이 남긴 질문
아홉 명이 새로 만들어진 레이블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는 결정이다.
기대되는 지점은 명확하다. 정산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고, 멤버들이 활동 방향에 직접 관여할 여지도 커진다. 반면 부담도 만만치 않다. 케이팝 그룹이 정상급 규모로 활동하려면 앨범 제작비와 뮤직비디오, 월드투어 준비, 해외 프로모션, 굿즈 제작과 유통망까지 상당한 초기 자본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대형 기획사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인프라를 신생 레이블이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사례가 최근 케이팝 업계에서 반복되는 흐름의 한 장면이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회사의 재무 리스크가 곧바로 아티스트의 활동 리스크로 전이되는 구조가 여러 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팬들은 앨범과 콘서트 티켓, 굿즈에 돈을 쓰지만, 그 돈이 정산 과정에서 어떻게 흐르는지는 사실상 알 수 없다.
그러다 정산 분쟁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회사의 상황을 알게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정보의 바깥에 놓여 있다는 점이 이 구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비용을 실제로 치르는 쪽이 누구인지도 생각해볼 만하다. 활동이 멈춘 반년 동안 손해를 본 것은 회사만이 아니다.
멤버들에게는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의 공백이었고, 팬들에게는 예정됐던 컴백과 투어가 사라진 시간이었다.
트럭 시위 모금에 하루도 걸리지 않아 목표액이 모인 것도, 팬덤이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팬덤이 자기 돈을 들여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산업 구조가 무언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 본안 소송의 결과 — 가처분은 인용됐지만 최종 판단은 아직 남아 있다
- 첫 컴백의 시기와 규모 — 신생 레이블의 실제 실행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
- 아홉 명 체제의 지속성 —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하는 구조가 실제로 굴러갈지
데뷔 이후 9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쌓아온 팀이 이런 방식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팀을 유지하기 위해 멤버들이 직접 계약 구조를 새로 짜고 함께 서명했다는 사실만큼은, 케이팝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다. 아홉 명이 다시 무대에 서는 날, 이 반년의 시간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결국 그들이 만들어낼 결과가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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