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0일 밤 9시, 국내 첫 'AI 연애 리얼리티'가 문을 연다
SBS가 오는 8월 20일 목요일 밤 9시에 새 예능 '나의 AI 파트너 - 기이안 연애'의 첫 회를 내보낸다.
사람 출연자가 AI로 구현된 파트너와 실제로 데이트를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의 결을 스튜디오에서 함께 지켜보는 형식이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의 AI 연애 리얼리티이자 연애 실험 관찰 예능이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 이름에 들어간 '기이안'은 낯설고 기이하다는 뜻과 출연자 기안84의 이름을 겹쳐 놓은 말장난이다.
연애 예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 시점에, 상대를 사람이 아닌 존재로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판 자체를 흔들어 보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구성은 이원 구조다.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각자의 AI 파트너를 만나 데이트를 이어가는 관찰 카메라가 본편을 이루고, 스튜디오에서는 장도연과 강남, 이준이 그 장면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얹는다. 여기서 장도연이 참가자와 진행자를 동시에 맡는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자기가 울고 웃은 데이트 장면을 며칠 뒤 스튜디오 의자에 앉아 다시 본다는 뜻인데, 이 구조 자체가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감정을 겪는 사람과 그 감정을 해석하는 사람이 같은 인물이니, 시청자는 당사자의 실시간 반응과 사후 해설을 겹쳐 보게 된다.
제작진은 "AI가 인간의 선택과 생활,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상대가 AI여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능할지 묻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포스터는 8월 5일 공개됐다. 기안84와 장도연이 나란히 선 이미지에 'AI와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얹은 구성으로, 티저 영상도 함께 풀렸다. 이 프로그램은 SBS가 8월에 집중 배치한 신규 예능 라인업의 한 축이기도 하다.
유재석과 이서진이 참여하는 새 프로그램들이 같은 달 차례로 편성돼 있어, 방송사가 하반기 예능 경쟁의 승부처를 8월로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기이안 연애'는 소재의 낯섦 때문에 가장 먼저 화제를 모은 쪽에 속한다.
편성 시간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목요일 밤 9시는 지상파 예능이 타 채널 드라마와 OTT 신작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자리다.
화제성 없이 버티기 어려운 시간대에 가장 낯선 소재를 배치했다는 것은, 제작진이 초반 입소문에 승부를 걸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AI를 소재로 삼은 코너나 특집은 최근 몇 년간 여러 채널에서 산발적으로 등장했지만, 연애 관계 전체를 AI와의 만남으로 채운 정규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형식만 보면 익숙한 관찰 예능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 관찰 대상 한 축만 사람에서 AI로 바꿔 놓은 구조다.
- 첫 방송 2026년 8월 20일(목) 밤 9시, SBS
- 참가자 기안84, 장도연, 이유비
- 스튜디오 진행 장도연, 강남, 이준
- 콘셉트 AI 파트너와의 데이트를 관찰하는 국내 첫 AI 연애 리얼리티
왜 기안84인가, 연애 예능과 가장 안 어울리던 사람의 등판
이 조합의 핵심은 캐스팅이다. 기안84는 지난 10년 넘게 '연애를 못 하는 사람'의 대표 이미지로 소비돼 온 인물이다.
웹툰 작가로 시작해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예능인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만들어 온 캐릭터는 세련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리되지 않은 집, 예측을 벗어나는 식사, 어딘가 어긋난 대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 사람이 연애 프로그램에, 그것도 상대가 AI인 연애 프로그램에 들어간다는 소식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설정값처럼 작동한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방송가에서 채널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통하는 2049·2054 시청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첫째 주 기준 2054 시청률 4.3%로 금요일 전체 프로그램 1위에 올랐고, 주간 단위로도 드라마와 예능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2주 연속 차지했다. 프로그램이 원래 기획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기안84의 VCR만은 초기 콘셉트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즉 지금의 그는 화제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가진, 새 포맷을 실험하기에 안전한 카드다.
최근 몇 달간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제주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편, 유기견을 입양해 함께 지내는 일상, 오랫동안 붙어 있던 '괴식' 이미지를 벗어내며 눈물을 보인 장면 등이 차례로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시리즈처럼 플랫폼을 넘나드는 작업도 이어 왔다. 한 매체는 그의 연 수입이 46억 원대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웹툰 작가 출신 방송인이라는 수식어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위치에 올라선 셈이다.
여기에 장도연과 이유비가 붙었다. 장도연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건조하게 받아치는 화법으로, 자극적인 상황을 오히려 차갑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이유비는 연기자로서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읽어내는 쪽이다.
스튜디오에 강남과 이준이 함께 앉는다는 점도 계산된 배치로 보인다. 낯선 실험을 지나치게 무겁게 끌고 가지 않으려면, 상황을 웃음으로 환기해 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연애 예능에 나왔다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졌을 것이다.
실명과 얼굴이 걸린 상대가 있고, 방송 이후의 관계까지 시청자의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AI라면 그 부담이 사라진다. 데이트가 어긋나도 상처받을 상대가 없고, 방송이 끝난 뒤 사생활을 침해받을 사람도 없다.
역설적으로 그 안전장치 덕분에 출연자는 훨씬 솔직해질 수 있고, 카메라는 감정의 변화를 더 오래 들여다볼 수 있다.
제작진이 굳이 AI라는 조건을 끌어들인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티저에서 이미 갈린 반응, 설렘과 질투 그리고 눈물
공개된 티저의 온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처음에는 설레는 데이트 장면이 이어지지만, 뒤로 갈수록 출연자들의 표정이 급격히 흔들린다. 특히 장도연은 "AI와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듯 말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부정하는 말과 흔들리는 몸이 한 화면에 겹쳐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 지점이 무엇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론을 내리는 예능이 아니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오래 보여주는 예능이라는 뜻이다.
제작진이 제시한 감정의 목록도 구체적이다. 설렘과 호감에서 시작해 질투와 혼란, 후회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담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질투와 후회다. 상대가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는데도 질투가 생기고, 심지어 지난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면, 그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청자 게시판과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 AI 파트너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했는지, 그 기술적 구성이 어디까지 공개되는가
- 참가자 세 명의 감정 곡선이 서로 얼마나 다르게 흘러가는가
- 장도연이 참가자와 진행자 사이를 어떻게 오가며 균형을 잡는가
반응은 벌써 둘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기존 연애 예능이 반복해 온 삼각관계와 눈치 싸움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이다.
이들은 상대가 AI라는 조건 하나만으로도 관계의 문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 흥미를 보인다.
다른 한쪽은 사람의 외로움을 소재로 삼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쪽이다. 정서적 교감을 실험 대상으로 올려놓는 구성이 결국 감정을 볼거리로 소비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두 반응 모두 프로그램이 첫 회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정작 가장 알고 싶은 부분, 즉 AI 파트너의 구현 방식은 아직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음성 기반인지, 영상 아바타를 쓰는지, 대화 이력이 회차 간에 이어지는지 같은 조건이 몰입도를 좌우할 텐데 제작진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부분이 허술하면 감정선 전체가 연출로 읽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정교하면 윤리적 논쟁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제작진이 감당해야 할 난이도는 기술이 아니라 균형 감각 쪽에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스튜디오다. 관찰 예능에서 감정의 의미는 화면에 담긴 장면이 아니라 그 장면을 받아 주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출연자가 AI 앞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스튜디오가 웃음거리로 받으면 프로그램은 가벼운 놀이가 되고,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으면 시청자가 부담을 느낀다. 장도연이 참가자와 진행자를 겸하는 배치가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자기가 겪은 감정을 자기 입으로 해설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남의 감정을 섣불리 규정하는 장면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AI 연인은 예능 밖에서 이미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이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소재 자체는 이미 한국 사용자들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와이즈앱 집계에 따르면 2026년 2월 국내 AI 챗봇 앱 가운데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위는 챗GPT로 2,293만 명이었고, 2위는 스캐터랩이 만든 캐릭터 대화 서비스 '제타'로 402만 명이었다. 그 뒤를 그록 153만 명, 퍼플렉시티 152만 명, 뤼튼 135만 명, 에이닷 119만 명 등이 이었다. 사용자 수만 보면 챗GPT의 압도적인 우위다.
그런데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순위를 다시 매기면 결과가 뒤집힌다. 같은 달 제타의 월간 총 사용 시간은 1억 1,341만 시간으로, 챗GPT의 5,047만 시간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이용자 수는 5분의 1 수준인데 머문 시간은 두 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검색과 업무 처리를 위한 도구는 필요한 순간에만 열지만, 대화 상대로 쓰는 서비스는 훨씬 오래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다. 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형태의 AI 서비스가 이미 상당한 체류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다.
전체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같은 조사에서 챗GPT와 제타, 그록, 크랙, 클로드는 모두 2월에 역대 최대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순위 아래쪽에 있는 크랙이 98만 명, 클로드가 77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상위권과 하위권이 동시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은 특정 서비스의 인기가 아니라 시장 전체가 커지는 국면임을 보여준다. 특히 캐릭터와 대화하는 유형의 서비스가 체류 시간에서 강세를 보이는 흐름은, AI가 정보를 찾는 도구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대로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사람들이 AI와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어쩌면 늦었다. 이미 상당한 시간을 AI와의 대화에 쓰고 있다는 것이 지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쟁의 초점도 옮겨가고 있다. AI와 대화하는 일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그 관계가 사람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가 문제다. 상담 기능을 대체하는 수준의 대화가 오갈 때 안전 장치는 충분한지, 청소년 이용자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대화 기록이 어떻게 저장되고 학습에 쓰이는지 같은 질문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예능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의무는 없지만, 최소한 감정을 다루는 태도에서 무례하지 않기를 바라는 시선은 충분히 자연스럽다.
그런 맥락에서 '기이안 연애'가 놓인 자리는 미묘하다. 잘 만들면 이미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대중적인 언어로 옮겨 놓은 기록이 되고, 잘못 만들면 사람의 외로움을 소재로 쓴 한 철 예능으로 남는다. 캐스팅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쪽으로 짜였고, 티저의 감정 폭도 컸다. 결국 판단은 첫 방송 이후에 가능하다. 8월 20일 목요일 밤 9시, 43세 기안84가 AI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이 실험의 첫 데이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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