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마지막 주, 한국 증시는 지수가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코스피는 나흘 사이 2164포인트가 오르내렸고, 사상 첫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에 이어 단 하루 만에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반전까지 일어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짚어봅니다.
7월 28일, 갑작스러운 급락으로 시작된 한 주
7월 28일 월요일,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8% 넘게 급락하며 오전 10시 13분경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지수는 4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6,200선이 무너졌고,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1.02%, 12.89%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2만6천원, SK하이닉스는 158만2천원까지 밀려났습니다.
방아쇠가 된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
이번 급락의 발단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됐습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이 부각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고, 여기에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이른바 '순환출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의 반도체주가 먼저 급락했습니다. 그 여파가 그대로 국내 반도체 투톱으로 옮겨붙은 것입니다.
메모리 칩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함께 번졌습니다. 중국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가 결국 메모리 가격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를 자극했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코스피 전반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습니다.
7월 29일, 사상 초유의 코스피·코스닥 동반 서킷브레이커
충격은 하루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7월 29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코스피는 장 초반 1~2%대 상승 출발을 보이는 듯했으나 이내 하락 전환해 장중 5,200선까지 무너졌습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실망감이 확산되며 투매가 번졌고, 삼성전자 역시 동반 급락했습니다. 두 시장 모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7월 한 달간 코스피는 22% 급락해 주요국 증시 중 하락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낙폭이 외환위기 당시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라는 용어가 함께 화제에 올랐습니다. 두 제도 모두 시장이 급변할 때 투자자에게 냉정하게 판단할 시간을 주기 위한 장치라는 점은 같지만, 적용 범위와 강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사이드카: 정식 명칭은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일시정지 제도로, 기관·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만 잠시 멈추고 개인 투자자는 그대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 서킷브레이커: 시장 전체 매매가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되는 훨씬 강한 조치로, 하락장에서만 발동됩니다.
통상 사이드카가 일종의 '경계경보'라면, 서킷브레이커는 시장이 실제로 '올스톱'되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7월 31일, 하루 만에 찾아온 사상 최대 반등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것도 잠시, 7월 31일 코스피는 17.91%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률을 새로 썼습니다. 급락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에는 반등을 이끌어, 각각 26.81%와 29.95% 폭등했습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소에서만 7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 '전쟁이나 감염병 때나 보던 숫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낙폭과 상승폭이 반복된 셈입니다.
과거 사례가 말해주는 반등 이후의 흐름
다만 증권가에서는 폭락 다음의 급반등을 곧바로 추세 전환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큰 폭의 서킷브레이커성 급락 이후 닷새 안에 낙폭을 완전히 회복한 사례는 드물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폭락 다음 날 반등에 속지 말라'는 격언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8월 전망, V자 반등이냐 계단식 회복이냐
7월 한 달간 22% 급락한 코스피가 8월에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곧바로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V자 반등'보다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저점을 서서히 높여가는 '계단식 회복'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미국발 반도체주 변동성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설 이슈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어 당분간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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