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AI의 보안 구멍을 찾는 시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안 취약점을 찾는 일은 숙련된 화이트해커의 몫이었다. 하지만 2026년 하반기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AI 모델이 스스로 코드를 읽고,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내고, 심지어 패치까지 제안하는 '자율형 보안 AI'가 빅테크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퍼셉션(Project Perception)'이 있다. 업계는 이를 앤트로픽이 앞서 선보인 보안 특화 모델 '미소스(Mythos)'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읽고 있다.
먼저 등장한 앤트로픽의 '미소스'
이야기는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앤트로픽은 2026년 4월 7일, 사이버보안에 특화된 프리뷰 모델 '클로드 미소스'와 함께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공개했다. 미소스는 방대한 추론 능력과 코딩 능력을 결합해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실제로 공격까지 시연할 수 있는 모델로, 앤트로픽 측은 이 모델이 주요 운영체제와 브라우저를 포함해 수천 건에 달하는 고위험 제로데이 취약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애플, 시스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구글, JPMorgan Chase,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팔로알토네트웍스 등 40여 개 기업과 리눅스재단 같은 오픈소스 단체가 이 프리뷰 접근 권한을 받았다. 앤트로픽은 사용료 크레딧 1억 달러와 오픈소스 보안 단체 직접 지원금 4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억 달러 규모의 이니셔티브를 운영 중이다. 다만 미소스는 일반 챗봇 제품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소수의 파트너 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 퍼셉션'
이런 흐름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7월 말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퍼셉션이 주목받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 최종 이름과 세부 사양은 바뀔 수 있지만, 여러 외신은 이 프로젝트가 기업의 코드베이스와 인프라, 그리고 이미 배포된 AI 시스템까지 스캔해 취약점을 찾아내고 수정 패치를 제안하거나 직접 적용하는 '멀티모델 AI 보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 보안 부문을 총괄하는 하예테 갈로(Hayete Gallot)가 이끌고 있으며, 회사가 AI 제품 중심으로 보안 사업 전체를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여러 AI 모델을 섞어 쓰는 '멀티모델' 전략
프로젝트 퍼셉션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모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안 작업의 성격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모델, 오픈AI, 앤트로픽의 모델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을 골라 작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전해진다. 간단한 코드 스캔에는 가벼운 모델을, 복잡한 취약점 분석에는 고성능 모델을 쓰는 식으로 작업 난이도와 모델 규모를 매칭시켜 품질은 유지하면서 비용은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 하나로 승부하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접근이다.
가격이 승부처가 될 이유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역시 비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 미소스의 API 이용 비용은 오늘날 가장 비싼 상용 모델 중 하나인 오퍼스(Opus) 대비 100%, GPT 계열 모델 대비 82% 더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소수 파트너 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퍼셉션의 핵심 세일즈 포인트를 '미소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안 담당자 입장에서는 탐지 성능이 비슷하다면 비용이 훨씬 낮은 쪽을 택할 유인이 크다는 점에서, 이 가격 격차가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보안 시장을 둘러싼 빅테크 삼각 구도
흥미로운 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미소스 프리뷰의 초기 파트너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는 한편으로는 앤트로픽의 보안 모델을 도입해 자사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그와 경쟁할 자체 플랫폼을 준비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오픈AI 모델까지 프로젝트 퍼셉션 안에서 활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보안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앤트로픽·오픈AI가 서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벌이는 복잡한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자율형 AI 랜섬웨어 같은 위협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방어 측의 AI 무장 경쟁도 그만큼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남은 변수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퍼셉션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최종 브랜드명, 지원 모델의 구체적 조합, 요금제, 일반 기업 대상 공개 시점 등은 출시 전까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창과, 그것을 막아내는 방패 모두를 AI가 맡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고, 그 표준을 누가 먼저 저렴하고 폭넓게 시장에 안착시키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보안 투자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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